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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피어 더욱 애잔한 4.3마을, 곤을동


“아픔을 겪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인 거 같습니다. 국가적으로도 그렇고 제주도에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큰 아픔이 있었던 달이 4월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아름다운 색채가 온 섬의 대지를 물들이지만 아픈 역사마저 감출 수는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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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곳곳이 불에 타고 피로 물들었던 70여 년 전의 제주도, 평온하기만 했던 한적한 어촌마을이 불에 타 사라진 것도 그때입니다. 하루아침에 불에 타 사라진 57가구, 계절은 어김없이 봄이 찾아와 그곳에 유채꽃이 화려하게 피었지만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은 지금 남겨진 상처로만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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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불에 타 사라진 마을 곤을동


민가들이 있을 때였다면 보지 못했을 야생화들이 돌담 사이 여기저기에 피어있고, 주인을 잃은 연자방아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마을 터, 돌담사이 오솔길로만도 충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무데크 산책로를 놓아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진 이곳, 이곳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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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곤을동 마을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500미터를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제주시내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절경의 절벽지대가 턱 하니 눈앞에 나타납니다. 주로 제주도의 남쪽 지역인 서귀포에서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절리형태의 기암괴석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광경을 가까이서 보게 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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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곤을동 마을 터에는 불에 탔던 흔적들은 찾아볼 수 없고, 가구의 경계를 이루고 있던 돌담과 마을안길,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견딜 수 있는 돌로 된 흔적들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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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의 흔적은 여러 개 목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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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유서 깊은 마을이 하루아침에 불타 사라져

곤을동(坤乙洞)마을은 고려 충열왕 26년(서기 1300년)에 별도현에 속한 기록이 있듯이 마을이 형성된 지 7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 농사를 주로 했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 어업도 겸하면서 평화롭고 소박하게 살고 있던 마을이었습니다.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는 상처인 제주 4.3이 한참 진행되던 1949년 1월4일 불시에 들이닥친 토벌대에 의해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하고 가옥이 전소 되는 등 마을 전체 70여 가구가 초토화 되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마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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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은 안곤을, 가운데곤을, 밧곤을 등 세 개의 부락으로 이뤄진 마을인데, 4.3이 일어나기 전에는 안곤을 22가구, 가운데 있던 가운뎃곤을에는 17가구, 밧곤을에 28가구가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마을을 국방경비대 제2연대 1개 소대가 포위한 것은 1949년 1월4일 오후 3~4시께입니다. 이들은 주민들을 전부 모이도록 한 다음, 젊은 사람 10여명을 바닷가로 끌고 가 학살하고 제일 먼저 안곤을과 가운데곤을 39가구를 불태워 없애 버립니다.

다음날인 1월5일에도 군인들은 인근 화북초등학교에 가뒀던 주민 일부를 화북동 동쪽 바닷가로 끌고 가 학살하고 밧곤을 28가구마저도 모두 불태워 초토화되기에 이릅니다. 그 후, 이 마을에는 인적이 끊기게 됩니다. 제주시 인근 해안마을이면서도 폐동돼 잃어버린 마을의 상징이 된 곤을동에는 지금도 집터, 올레길 등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4.3의 아픔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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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면 마을의 한복판쯤 될까. 바다위에는 70년 전에는 없었을 방파제가 가로막고 있고, 새로 생긴 산책로 주변으로 유채꽃이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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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너머로 제주시 사라봉이 눈에 들어오고, 제주항에 건설 장비인 크레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가동 중인 것이 보입니다. 오래전에는 이념의 광풍이 제주를 휩쓸었지만 지금은 개발의 광풍이 제주를 휩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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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 핀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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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너머로 보이는 돌담들이 당시 마을이 있었던 자리이고, 그 뒤로는 별도봉이 보입니다. 별도봉에는 벚꽃이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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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당시 평온했던 마을의 모습을 재현해 그려놓은 모습입니다. 이 마을이 70여 년 전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암울했던 시대를 살면서 참혹한 아픔을 겪었던 마을 사람들, 이곳뿐만이 아니고 제주에는 수없이 많은 마을들이 불에 타 사라지고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슬픔을 안고 많은 유가족들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전한 치유는 언제쯤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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