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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고생이 실종되었다. 바로 다음날 아르바이트하던 가게 옆 공사장 지하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충격적인 것은 피해 여고생의 두 손목이 사라진 채였다. 경악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당연하게 범인 찾기에 나섰고, 경찰은 유력한 범인을 잡았다.

 

경찰이 범인이라고 지목했던 이는 최초로 여고생 사체를 발견한 공사장 관리인이었다. 폭력 전과도 있었고, 임시 식당도 현장에서 운영하고 있었던 그가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그 이른 확신이 현재까지 풀어내지 못한 미제 사건을 만들고 말았다. 공사장에서 근무하던 모든 이들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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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하나 없는 의문의 사건. 그리고 사라졌던 손목은 지근거리 다리 밑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충격적인 사건은 그렇게 버려진 손목만 강렬하게 남긴 채 미제 사건이 되고 말았다. 경찰이 지목한 범인은 범인이 아니었다. 완벽한 족적이라던 족적도 국과수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경찰이 지목한 범인이 사망한 후 극적으로 목격자가 등장했다. 당시 10살이었던 아이는 현장에서 범인과 마주쳤다.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차로 가던 길에 자신에게 존댓말로 화장실을 물으며 같이 가자고 하던 남자가 바로 범인이었다. 어린 소녀가 목격했던 그 남자는 소리치며 주변 사람이 몰려들자 실패하고 사라졌다.

 

성인이 어린 아이에게 존칭을 쓰며 어딘가를 물으며 같이 가자고 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성범죄자의 유형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유일한 목격자가 봤던 자는 성범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목격자가 타고 있던 차는 사라진 여고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 앞이었다.

 

시간이 흘러 목격자에게 접근했던 남성은 문제의 가게를 찾았고, 친절하게 응대하던 여고생은 그렇게 사라졌다. 짧고 강렬한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어린 소녀가 상황 판단을 하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목격자는 당일 겪은 일을 다음날 학교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특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교사가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목격자는 그렇게 그 나이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이에게 목격담을 이야기하고 거부당하자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었다고 인식했다. 그런 기억이 다시 살아난 것은 2014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시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을 언급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목격자는 용기를 내서 경찰에 자신이 목격한 내용을 이야기했지만 거기에서도 거부당했다. 어린 아이의 목격담을 믿지 않은 경찰로 인해 다시 한번 절망한 목격자는 마지막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신의 목격담을 올렸다. 그렇게 유일한 목격자의 증언은 범인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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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등장한 목격자의 진술은 선명하고 또렷했다. 비록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목격자 진술은 범인을 특정지을 수 있을 정도였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는 것과 배낭을 메고 있었고, 계절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실 등은 제작진이 추적해 찾은 김 목수와 너무 일치했다.

 

공사장 인부 중 유일하게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던 인물 김 목수. 당시 목수 일을 막 시작해 막내로 여러 일을 해야 했던 그는 사체가 발견된 지하에 자주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공구를 모아놓고 잠가둔 그곳에 다닐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참고인이 될 수 있다.

 

사고 당일 일하다 눈을 다쳐 부산으로 내려갔다고 증언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눈을 다친 것은 사건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공사 현장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김 목수와 함께 일했던 이들은 눈을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병원 같다 온 후 일상적인 생활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산에 내려갔다고 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이는 없다. 버스나 기차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증명할 목격자가 있지도 않다. 오히려 범인이라 지목한 목격자가 본모습과 김 목수는 너무 닮았다.

 

자기 스스로 배낭을 맸다고 밝혔다. 그리고 살이 쪄서 추워도 두꺼운 옷을 입지 못한다고 했다. 목격자가 목격했던 인상착의와 너무 닮았다. 알리바이 증명은 불가능하고 목격자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들만 등장하는 상황. 이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더욱 황당한 것은 김 목수는 자신을 찾아가 제작진을 처음 보면서도 경계심이 전혀 없었다.

 

마치 올 것이 왔다라는 다짐을 하듯 편안하게 대하는 모습이 프로파일러의 눈에도 이상하게 보였다. 알아서 많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상황이 기이하다. 18년이나 지난 당시의 일을 어제처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 뭔가 강렬한 인상이 남았기 때문에 가능한 기억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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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이 보여준 사진 한 장을 근거로 성폭행 범죄라고 언급하는 대목도 기이하다.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그런 상상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교복을 입고 사망한 여고생의 모습을 보고 단박에 성폭행 범죄라고 이야기하는 김 목수의 행동은 모든 것이 이상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의 태도였다. 18년이나 지난 사건이다. 분명 피로감이 존재할 수도 있는 사건이다. 더욱 미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 해결을 하지 못한 당시 수사관들에게는 꺼내고 싶지 않은 사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런 방식의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잊고 편안하게 살고 있는데 왜 이제와서 미제 사건을 들쑤시고 다니냐"는 현직 경찰의 타박은 경악할 일이다. 여고생 부모들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힘겨워한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아이를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힘들게 버티고 있다. 목격자는 그런 희생자 부모를 생각해 용기를 냈다.

 

경찰이 손 놓고 있던 미제 사건은 방송사에서 적극적으로 전문가들과 분석을 통해 유력한 범인까지 찾아냈다. 의도적인 편집으로 김 목수를 범인으로 보이도록 하지 않았다면 방송 내용만 보면 김 목수가 18년 전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의 주범일 가능성은 너무 크다. 

 

국민들은 경찰에게 뭔가 대단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기적을 만들어내라 강요하지도 않는다. 최소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비난을 할 국민은 없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모두가 잊었다며 스스로 만족하고 위안을 삼는 그 행태다. 당장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는데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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