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와 케이블까지 수목 드라마 대전이 벌어졌다. 한꺼번에 4편의 드라마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비슷한 유형도 보이지만 각자 개성을 지닌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울 듯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물들의 복수극을 담은 <저스티스>는 묵직함으로 다가왔다.
변호사와 검사, 그리고 사업가들이 얽히고설킨 이야기 구조는 낯설지는 않다. 이 조합들을 보면 부정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드니 말이다. 우리 사회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장르적 특성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복수극은 처참할 수밖에 없기에 시작부터 분위기는 강렬했다.
타락한 변호사 이태경(최진혁)은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한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요구하는 뭐든 들어주는 해결사와 같은 존재다. 법률 서비스를 원하는 돈 많은 자들에게 거액을 받고 이를 처리해주는 전문가가 바로 이태경이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범중건설 회장인 송우용(손현주)가 있다.
"대한민국 최고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다"는 욕망의 화신인 송우용은 거칠것이 없다. 스스로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그 대가로 있을 수 없는 건축 허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송 회장의 성공에는 태경의 뛰어난 법 지식과 화술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검사 서연아(나나)는 뛰어난 존재다.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독종이다. 아버지는 검찰 총장을 지녔던 인물이다. 연아는 태경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하지만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는 이 남자 변해도 너무 변했다. 뛰어난 능력 못지않고 착하고 성실했던 이 남자가 갑자기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부패한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
이태경이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한 사건으로 충분했다. 잔인하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을 '꽃뱀'으로 몰아가는 과정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국세청장 아들이 성폭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사건이다. 잔인한 폭행에 이어 성폭행까지 한 악랄한 사건이었다.
누가 봐도 뻔한 사건이 법정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태경은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태경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주는 것이다. 그게 변호사인 이태경이 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뒤집힐 수 없어 보이던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가 가해자라는 남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바뀌었다.
진실을 바탕으로 왜곡된 시선을 던져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를 씌워버리는 태경의 솜씨는 뛰어나다. 법정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뛰어난 법 지식과 빠른 상황 판단 능력으로 현장을 지휘하며 승승장구하는 이태경은 그래서 송 회장에게는 중요한 존재다.
돈으로 권력을 쥐려는 송 회장과 그의 개가 되어버린 태경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사건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동생을 잃고 실의에 빠진 태경 앞에 등장한 것이 바로 송 회장이었다. 동생은 억울하게 사망했지만 가해자는 큰 벌을 받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리 법을 잘 안다고 해도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게 송 회장과 손을 잡은 태경은 그 권력을 가지기 위해 집착하기 시작했다. 악마와 손을 잡은 태경은 영혼을 넘긴 채 그렇게 그가 원하는 사건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러다 다시 동생의 죽음과 마주하게 되었다.
송 회장의 범중건설 사건에 피고인 양철기(허동원) 사건을 변호하며 서연아 검사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송 회장도 미처 몰랐다. 전과 7 범인 양철기의 미제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는 서 검사의 법정 발언은 태경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2012년 20살 여배우의 잔인한 살인사건에 양철기가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 현장을 찾은 것이 바로 태경의 동생이었다. 택배기사인 동생이 사망한 여배우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두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바로 양철기다. 송 회장은 이 사건을 추적하던 인터넷 언론 기자를 생매장해버렸다. 잔인한 악마는 과연 무엇을 감추고 싶었던 것일까? 이 사건을 들여다보던 서 검사는 사진이 찍힌 택배기사가 바로 태경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타락한 천재 변호사와 앞만 보고 가는 검사. 그리고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사람을 죽이는 일 정도는 우습게 아는 건설회사 회장. 이 셋을 연결하는 하나의 사건이 등장하며 상황은 흥미롭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첫 방송부터 강렬하게 집중력을 이끈 <저스티스>는 의외의 걸작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