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분위기가 압권, 제주의 숨은 명소 ‘수산한못’
제주 동부지역은 제주도에서도 오름 군락이 가장 발달되어 있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성산읍 수산리 인근이 그 끄트머리라 생각하면 되는데요, 한라산과의 사이에는 백약이, 아부, 동검은이,용눈이, 다랑쉬등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름 군락이 펼쳐져 있고 바다 쪽 방향으로는 성산일출봉과 대수산봉이 장엄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지역, 바로 수산리 일대입니다.
중산간 마을인 수산리, 그 중에도 목장지대의 초원으로 형성되어 인적이 드문 곳에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한 ‘못’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얼핏 보면 자연적으로 형성된 습지처럼 보이지만 과거 마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한 조성된 연못이라고 하는데, 연못주변으로 사람들이 쉬어 갈수 있도록 정자와 벤치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주에서 흔한 올레길이 거쳐 가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가와 가까이 있어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도 아닌데, 이렇게 공원 형태로 조성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 보니 마을에서 ‘수산 풍력 생태길’을 조성하면서 탐방 중에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로 만들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연못을 찾아오기 위해선 적잖이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이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로가 잘 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주변이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 이 풍경을 만끽하려면 주변 도로를 잘 파악하고 네비 정보를 총 가동해야만 합니다. 어떠한 풍경들이 숨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수산리의 지명을 따서 이름 지어진 ‘수산한못’은 주변이 목장지대인 만큼, 과거에는 마소에게 식수원을 제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입니다. 고려시대인 1276년 삼별초군을 진압하고 제주에 주둔하게 된 여몽연합군이 일본 정벌을 목적으로 군마를 키우기 위해 조성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봐서는 꽤 유서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수산한못이 최근에 와서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유로는 이곳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전주물꼬리풀’ 자생지로 소문이 나면서부터입니다. 왕성하게 꽃을 피우는 여름철에 오면 그 광경을 볼 수 있는데요, 원래부터 자생지는 아니고, 2010년 환경부를 비롯한 제주도내의 여러 단체들이 인근 수산리의 자생지에서 200여 본의 전주물꼬리풀 개체를 채집하여 근경을 이곳에 증식한 것인데, 이후 이곳이 전주물꼬리풀 최대 군락지로 변모한 것입니다.
빌딩숲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 찌든 공해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한적한 곳, 원래 인적이 드문 곳이라 여름에는 잡풀이 무성하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지만 요즘처럼 이른 봄의 계절에는 어느 곳 못지않은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근처 제2공항 예정지와 인접해 있어 만약에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선다면 항공기 소음으로 인해 이 아름다운 고즈넉함은 곧 사라져 버리겠지만 말입니다.
길 한쪽으로 차를 세우고 조용히 연못주변을 돌아봅니다. 바람도 없는 날이라 파란하늘과 뭉게구름의 조화로움이 그대로 연못의 반영으로 투영됩니다. 아~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풍경입니다.
제주도에 살며 이곳저곳 많이 다녀봤지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점도 눈에 띱니다. 나무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돌담의 형태가 매우 특이합니다. 왜 저렇게 쌓아 놨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연못은 큰 연못과 작은 연못 두 개로 조성되어 있는데, 큰 연못 한쪽에 보면 돌담으로 조그맣게 원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건 또 무슨 용도로 쓰여 졌을까요? 머리를 굴려 아무리 유추해 봐도 딱히 떠오르질 않네요.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 거닐어도 10여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곳이지만, 산책의 목적보다는 잠시라도 정자나 벤치에 앉아 자연과 호흡하고 시름들 달래기엔 더 없이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산리에 있어 이름 붙여진 ‘수산한못’의 ‘한’은 ‘크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의 목장지대에 있는 다른 연못과 비교하면 꽤 큰 편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곳은 마소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물이 귀한 산간지역 마을 사람들의 식수로도 사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주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고즈넉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환경보호 대상지인 수산한못, 제2공항으로 인해 이곳의 처지가 어찌될지 앞날이 불투명하지만, 분명한 것은 희귀 야생 동.식물의 멸종을 방지하고 귀중한 자연유산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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