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 제도'폐지 탄원…
미주 단체 "동포 2세들에 불합리 적용"
"모국 유학·취업 가로막는 악법"
개선추진위 구성 서명운동 돌입
"원정출산을 한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왜 한국에 가면 병역법 위반이 되나요?" 미주한인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병역법의 개선을 호소하고 나섰다.
본인의사 관계없는 국적부여
뉴욕 한인사회에서 최근 '재외동포 2세에 대한 법률적 불이익 개선 요구 추진위원회(가칭)'가 구성됐다고 27일 뉴시스가 전했다.
추진위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도 모르게 부여받은 한국 국적 때문에 동포 2세들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며 "현행 병역법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고 미주 동포사회를 대상으로 청원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인 2세 남성들은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쪽이라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자동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 한국 병역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이 법이 모국 유학이나 취업이 결정된 2세들의 한국행을 사실상 가로막는 악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적법과 병역법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가 부과되기 전인 만 18세가 되는 해 3월까지, 여자는 만 23세 되는 해에 '국적이탈'을 통해 한국 국적과 미국 국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병역법상 국적이탈을 하지 않을 경우 한국 국적이 살아 있어 유학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한국에 6개월 이상 장기체류할 때 남자에게는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어 국적이탈 시기를 놓친 한인 2세들의 피해사례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적이탈 시기놓쳐 피해도
추진위에 따르면 김모씨의 경우 한국 유학을 준비한 자녀가 선천적 복수국적자 병역규정에 걸려 결국 등록금까지 내고도 유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아들이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자이지만 출생 당시 김씨가 영주권자 신분이어서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이 부여됐고, 이후 국적이탈을 해야 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정모씨의 경우도 아들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역시 국적법에 막혀 이를 포기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민권자였기 때문이다.
추진위는 그간 원정출산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된 병역법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해외 인재들과 모국과의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한인사회는 지난 24일부터 교회들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으며, 서명지가 모아지면 뉴욕총영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타 주 한인단체들과도 연계해 전국적 규모의 캠페인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