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년 전만 해도 천편일률적이었던 주택용 수영장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흰 석고 인테리어로 수영장을 만들었다. 강낭콩 모양으로 만들면 호화롭다고 생각했었다.
다채로운 조명, 세련된 집기, 고급스러운 마감재, 이국적인 멋을 자아내는 푸른빛 차양까지. 이제 집주인들은 모양과 스타일에 과감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거북과 돌고래 일색이었던 장식 타일도 다양한 색상과 패턴으로 나올 뿐만 아니라 맞춤 제작까지 가능해졌다.
텍사스주 사우스레이크 소재 ‘클라피 풀스’ 빌 베리 영업팀장은 “예전에는 타일이 8종뿐이었는데 이제는 800가지나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질로우’는 ‘딕스(Digs)’라는 특집 코너에서 요즘 수영장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다. 질로우는 방문자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디자인을 클릭하도록 했다. 7월 중순 기준으로 가장 인기 있는 수영장 25곳을 모아서 디자이너들에게 최신 유행에 대해 논의하게 시키기도 했다.
어떤 결론이 나왔을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수영장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바람에 따라 수영장 스타일이 보다 세련돼졌다.
플로리다 소재 ‘마크-마이클스 인테리어 디자인’의 마크 테이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들이 물장난을 칠 수 있는 수영장이 인기일까? 그렇다. 수영장을 풀파티 용도로 만들까? 그 어느 때보다도 그렇다. 수영장 주변 공간 디자인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디자이너들에 따르면 요즘 수영장은 본채와 동떨어진 건축 요소가 아니라 집의 연장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수영장 안에 뛰어들기 전부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 뜨고 있다. 주택의 건축미를 한층 고양시키는 천연석과 잔디가 수영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테이 소장은 “과거에는 본채를 설계하고 나서 집 뒤편에 예쁜 수영장 디자인을 하나 선택하는 식이었다면 요즘은 본채와 수영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기를 원한다”며 “건축주들은 수영장 스타일을 따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본채 스타일이 당연히 수영장과 혼연일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디자인이나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대세다. ‘스풀(spool)’이라고 불리는 자그마한 수영장은 수영 자체에는 그다지 염두를 두지 않는 건축주들이 선호한다.
리서치기관인 PK데이터는 현재 미국에 매설식 수영장(in-ground pool)만 500만 개 이상이 있다고 추산한다. 주택 경기가 활황일 때 수영장 건설도 활기를 띠었다가 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건설붐도 잦아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수영장 건설 건수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2000년대 중반에 비하면 약 70%나 낮은 수준이다.
예전 수영장에 비해서 제일 많이 변한 것은 마감 방식이다. 새로운 마감재는 석고보다 고가이고 내구성도 좋다고 건축 전문가들은 전했다.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소재 ‘페플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은 여러가지 크기의 돌을 콘크리트쉘 위에 펴바른 ‘페블텍(Pebble Tec)’이라는 마감재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페블텍을 78가지 색상으로 출시했다. 고객이 직접 원하는 색상을 주문할 수도 있다. 수영장 물을 코발트 빛으로 돋보이게 하는 회색 마감재가 가장 인기가 높다. 어느 대저택 주인은 고급 ‘유리 구슬’ 표면으로 장식한 수영장을 검정색 페블텍으로 마감했다.
선체어를 물 위에 설치한 풀옵션 스타일
수영장 테두리에 의자를 비치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수심이 얕은 부분에 안락한 의자를 설치했다. ‘버블러’ 기능을 켜면 나른하게 하루의 긴장이 풀린다. ‘마크-마이클스 인테리어 디자인’이 설계했다.
가격: 27만5,000달러
본채와 정원과의 조화까지 고려한 수영장
수영장 주변만 꾸미는 디자인은 이제 그만. 본채와 조경, 자연환경이 물 흐르듯 조화를 이룬다. 뉴욕 ‘윌리 디자인’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존 윌리는 코네티컷주 자택에 염소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는 수영장을 설계했다.
가격: 20만 달러
조명으로 다양한 분위기 연출
조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펜테어’에서 제작한 핑크빛 버블러는 ‘파티 모드’와 ‘캘리포니아 석양 모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텍사스주 우드랜즈에 있는 이 수영장은 ‘리갈 풀스’에서 설계했다.
가격: 12만5,000달러
호수를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디자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이 입체적인 수영장처럼 요즘은 수영장 바닥을 천연 호수처럼 보이게 설계하기도 한다. 밥 해닝 ‘페블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 부사장은 “지루하고 획일적인 하얀 수영장에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들이 요 몇 년 사이에 있었다”고 말했다.
가격: 40만 달러
춤추는 분수까지 동원된 수영장
오레곤주 포틀랜드 소재 ‘개리슨 헐링어 인테리어 디자인’의 개리슨 헐링어는 ‘춤추는 물결’이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벨라지오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오레곤주 웨스트린에 있는 이 수영장은 ‘넵처 풀스’가 디자인했다.
가격: 11만 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