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와 미야자키 하야오, 누가 거장인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전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애니메이션 팬들이 아쉬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은퇴 소식에, 팬들은 DVD 콜렉션이나 아이튠즈를 통해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신작 ‘바람이 분다’가 지난 달 28일 개막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가운데 제작사인 스튜디오지브리의 호시노 고우지 사장은 1일 현지에서 미야자키 감독이 이 영화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은 이번 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공식 발표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의 미국 배급사인 월트디즈니는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야자키는 ‘일본의 월트 디즈니’로 불려왔지만, 그를 디즈니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애니메니션계의 두 거장을 폄하하는 것이다.
72세의 이 거장은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계에 몸담아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작품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그는 대체로 서방 언론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금도 여전히 미국에서는 지명도가 낮지만 그의 작품은 일본에서 늘 블록버스터로 흥행몰이를 했고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2009년 ‘벼랑위에 포뇨’가 개봉하기 직전 필자가 미야자키를 인터뷰했을때, 그는 전혀 은둔이나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듯이 보이지 않았다. 질문에 대답을 할 때도 그는 무척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고 인터뷰 중간 중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미야자키의 대표작으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마녀배달부 키키(1989)’, ‘이웃의 토토로(1988)’, ‘천공의 성 라퓨타(1986)’와 오스카상 수상작인 ‘센과 이치로의 행방불명(2001)’ 등이 있다.
그의 작품 상당수는 전쟁의 무용성을 논한다. 또한 작품에는 악한보다는 해결책을 찾는 반대 인물이 종종 등장한다. 인터뷰 중에 미야자키는 자신이 2차 대전 시기에 유년기를 보냈으며 그런 성장 배경이 갈등 상황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시각이 지나치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애쓴다고 덧붙였다.
여성 영웅이 등장했던 ‘브레이브’만 제외하고는 디즈니의 작품들은 늘 공주인 여주인공만 등장시키지만, 미야자키의 작품에서는 여성이 영웅 역할을 도맡는다. 일례로 ‘마녀 배달부 키키’는 키키라는 어린 마녀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고 ‘센과 이치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어린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구하는 내용이 주제다.
디즈니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없었다. 필자는 월트 디즈니가 등장하는 신작 전기드라마,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월트 디즈니역: 톰 행크스)를 통해 (드라마의 관점으로) 디즈니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방문해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대열에 동참하고 가족을 위해 장난감을 구입하면서 디즈니의 상업적인 비전이 갖는 힘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디즈니는 디즈니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비디오 게임인 ‘디즈니 인피니티’를 출시했다. 이는 디즈니의 상상력이 어떻게 첨단 기술의 시대의 힘을 빌어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전환됐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미야자키의 작품 중에 미국에서 히트친 작품은 없었지만 애니메이션에 있어 그는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미야자키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환경보호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의 비전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벼랑 위의 포뇨’에서 인간과 자연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바다는 쓰레기가 가득찬 곳으로 묘사된다. 그는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오염된 바다의 현실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몇 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때 필자는 처음으로 미야자키를 소개받았다. 필자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줬던 친구는 미야자키가 “일본의 월트 디즈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그를 더 잘 알게 되면서 필자는 그가 월트 디즈니를 훨씬 능가하는 거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