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1등 공립고교 옥스퍼드 아카데미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 대학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학교 클럽활동을 통한 리더십 기르기, 에세이·인터뷰 준비 등에 매달린다. SAT, AP(Advanced Placement) 등 대학 진학에 필요한 시험도 치러 대학별 합격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명문으로 인정받는 고교는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공립학교 중에서도 사립 못지 않은 곳이 있다. 오렌지 카운티 사이프러스에 있는 옥스퍼드 아카데미(Oxford Academy)가 대표적이다.
뉴스위크가 지난해 미국 전역 공립고교의 졸업률·대학 진학률·SAT 평균점수 등 6가지 지표를 평가해 '미국 최우수 고교'를 발표한 결과 캘리포니아주 12개 고교가 100위 안에 들었다. 옥스퍼드 아카데미는 전국 19위로, 캘리포니아에서 순위가 가장 높았다.
옥스퍼드 아카데미는 1998년 9월에 문을 열었다.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중·고교 과정을 가르친다. 개교한 지 15년밖에 안 된 학교인데도 졸업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명문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이 학교에는 현재 총 1144명이 재학 중이다.
학생의 61%가 아시안, 15%가 히스패닉, 11%가 백인, 11%가 필리핀·태평양지역, 2%가 흑인이다. 전체 학생의 20%가량이 한인이다. 자녀가 이 학교에 재학 중인 권 모(44)씨는 "공립 학교이지만 사립학교 못지않은 대학 연계 수업을 제공하는 데다 면학 분위기가 확실히 잡혀 있다"고 말했다.
오렌지 카운티에는 옥스퍼드 아카데미 외에도 세리토스의 위트니 하이(Whitney High School), 풀러턴의 트로이 하이(Troy High School)·서니힐스 하이(Sunny Hills High School), 어바인의 유니버시티 하이(University High School) 등이 명문 공립학교 군을 형성하고 있다. 보스턴 에듀케이션 수 변 원장은 "이들 학교에 보내려고 학군 내 지역으로 이사하는 가정이 많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특히 한인이 워낙 선호해 이런 학교에 갈 수 있는 아파트를 구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아카데미는 애너하임 통합교육구에 사는 학생에게 입학 기회를 준다.
사이프러스시, 라팔마시, 부에나파크시, 애너하임시, 가든그로브시와 스탠턴시 일부가 해당된다. 이 도시에서도 주소에 따라 포함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군에 거주한다고 무조건 입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성적을 보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 자녀를 둔 김 모(43)씨는 "한국의 특목고 수준 학교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문제 학생이 없는 곳으로 유명해 인근에 사는 백인 학부모도 선호하지만 우등생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원해도 갈 수 없는 공립학교"라고 소개했다.
옥스퍼드 아카데미에 들어가려면 직전 학교 성적이 4.0 만점에 2.5 이상이어야 한다.
또 주요 과목에서 최근 2년간 B 이상 성적이 필요하다. 최근 2년간 가주 학력테스트(California Standard Test)에서 탁월(advanced)·우수(proficient) 등 상위 2개 레벨을 받았다는 성적표도 제출해야 한다.
지원 희망자는 매년 12월 신청서를 받아 작성한 후 2월까지 학교를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신입 학생은 7학년부터 9학년까지만 받는데,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1차 전형을 거친 뒤 입학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3월에 실시되는데 4월에 석차순으로 합격자를 발표한다. 시험 과목은 영어·수학·영어 에세이 3과목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이 학교는 모든 학생이 최소 5개 이상의 AP(대학 과정 선이수제) 과목을 듣도록 하고 있다.
이 학교 재학생의 가주 학업성취도 평가(API) 평균도 1000점 만점에 995점이나 된다.
수변 원장은 "이 학교의 결실은 전교생을 UC 이상에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케시 스캇 교장(56)의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평이 많다"며 "스캇 교장은 조만간 퇴임할 예정인데 AP 의무 수강 같은 까다로운 학교 운영 방침을 고집해 공립학교를 명문으로 일궈냈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성적이 저조한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가야 할 정도로 재학생에게 높은 성적을 요구하지만 중퇴율은 제로에 가깝다. 학생의 성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 교사들이 정규 수업 외에 보충수업을 해준다. 이 학교 재학생은 10~12학년 동안 1개 이상의 특별과정 수업도 이수해야 한다. 진로나 비즈니스, 건강, 과학 관련 내용이다.
비즈니스 과목으로는 회계학과 마케팅 같은 전문 분야를 배우기도 한다. 스포츠 의학, 해부학, 생리학 같은 대학 전공 수준의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대학 전공을 미리 체험해 보는 기회가 되는 데다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에 특별한 열정을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대학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학교 시간표도 다른 공립학교와 다르다. 정규 수업은 오전 7시 55분에 시작해 오후 2시 45분에 끝나는데, 4과목을 85분씩 가르친다. 주요 과목의 과제가 학생들에게 매일 제시돼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고 1주일에 과목당 3차례 수업을 오랫동안 진행하는 것이 집중하는 데 낫다는 판단에서다.
공립학교인데도 사립학교의 강점인 카운슬링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교사 한 명이 학생 35~40명을 그룹으로 묶어 매주 개인별로 20분씩 상담한다. 이런 상담이 재학 중인 6년간 지속된다. 졸업할 때까지 같은 상담 교사가 학생을 관리하기 때문에 친밀감이 커지고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 세밀한 상담이 가능하다.
한인 재학생이 말하는 우리 학교
"한인 학생이 전교생의 20% 입학하면 다들 부러워하죠"
옥스퍼드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권지아(17·미국명 해리엇 권)양은 당초 사립학교 진학을 염두에 뒀었다. 그러다 부모의 권유로 공립인 옥스퍼드 아카데미를 선택했다. 권양은 "사립고교가 대입 준비를 철저히 시켜주기 때문에 친구들 대부분이 사립을 선호하는데 부모님이 이 학교를 추천해 의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은 사립 못지않게 대입 준비를 철저히 해주면서도 한국 학생 비율이 높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으셨는데, 학교에 다녀보니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인 사이에서 옥스퍼드 아카데미가 인기가 높다던데.
"이 학교에 자녀가 합격하는 것만으로도 한인 부모들 사이에 부러움을 사곤 한다.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입학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재학생들의 자부심도 굉장하다."
- 아시아계 학생이 특히 많은 것 같다.
"아시안 학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중 3분의 1가량이 한인이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 같은 건 경험한 적이 없다.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면학 분위기가 좋다. 선생님들의 열정도 넘치고 학생들 역시 경쟁심보다 협동심이 강한 학교라고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