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밀반입 혐의 한국인 넉달간 구치소
'멸치똥'에 발목이 잡혔다. 연방 검찰은 전자 발찌를 채웠다.
열 달이 넘도록 죄인 취급을 받으며 미국에 붙잡혔다. 넉 달은 구치소에 갇혀 중범죄 혐의로 들어온 재소자들과 지냈다. 이후 반년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검찰 감시 속에서 LA한인타운 인근에 살고 있다. 그 사이 고향 완도에서 3대째 운영하던 해산물 생산 업체는 파산 위기를 맞았다.
미국에 멸치를 팔러 간 아빠를 기다리는 일곱 살 짜리 아들은 매일 같이 전화기 너머로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돈벌이가 끊긴 가세는 급격히 기울어졌다. 모든 게 '몰라서' 당한 일이다.
지난해 3월 한국에서 LA로 멸치를 밀반입 한 혐의로 연방 검찰에 기소된 김성효(46)씨의 얘기다.
김씨는 2014년 3월 약 2억7000만원 어치 상당의 멸치와 김, 미역, 다시마를 LA로 들여왔다. 수출과 통관 업무는 한인 식품유통업체 A사 대표 B씨가 주도했다. 하지만 연방식품의약국(FDA)은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김씨가 수산물 수입.통관규정(FDA IA16-74)을 어겼다며 김씨를 체포했다.
FDA는 멸치 내장(똥)이 제거되지 않은 마른 멸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연방 검찰은 지난해 6월 기소장에서 '김씨가 이 규정을 위반한 멸치를 다른 품목에 섞어 몰래 들여오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똥을 꼭 제거해야만 미국내 유통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불법인 줄도 모르고 시작한 멸치 수출은 2013년 3월부터였다. 미국내 A사측이 김씨에게 완도에서 난 해산물을 LA일대 마켓에서 팔아보자 제안했다. 김씨는 첫 거래에서 5000만원의 이익을 봤다. LA 한인들에게 완도산 멸치가 인기를 끌었고, 이후 약 5억원을 벌었다.
김씨는 "미국에 있는 식품유통업체는 늘 다른 상품이 든 컨테이너 한 켠에 멸치를 실어 보내라고 요구했다"며 "그냥 물건 적재에 관한 그들의 요구로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유통업체 대표 B씨도 밀수 공범으로 체포해 함께 기소했다. B씨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유통업체에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씨의 '멸치똥 사건'은 5월19일부터 재판에서 다뤄진다.
한미 FTA로 한국산 농수산물의 수입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