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취업해도 H-1B 비자‘바늘구멍’
한국 유학생들 미국체류 방법찾기 안간힘…명문대 나오고도 닭공장·군입대까지 고려
취업난 등을 피해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국 출신 젊은층이 늘면서 미국 체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신규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국 내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미국 체류를 위해 다시 어학원으로 복귀하거나 소위 ‘닭공장 취업’도 불사하고 미군 입대도 마다하지 않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유학생 김모씨는 캘리포니아 지역 명문대를 졸업하고 OPT로 일을 하다가 올해 전문직 취업비자(H-1B) 비자추첨에 떨어졌다. 당장 신분유지 방법을 찾아야 미국에 머무를 수 있어서 주변에 수소문한 결과 현재 모 어학원에 등록하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미국생활에 이미 적응했고 한국에 가도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취업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 H-1B 비자추첨을 기다리고 있지만 무작위 추첨이기 때문에 당첨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 또는 압박감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길 정도다”고 밝혔다.
유학생 박모씨는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미군에 입대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박씨는 “한국에서 2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대학교를 졸업한 상태이기 때문에 나이가 많지만 미군에 입대한다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입대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며 “현재 외국인에게 미군 입대 기회를 주는 매브니(MAVNI) 프로그램이 일시 중단됐다고 하는데 내년에 다시 열린다고 들어서 입대 시기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4년 간 다시 군생활을 해야 된다는 게 까마득하지만 심각한 취업난에 비하면 혜택도 많고 일단 신분이 해결된다는 장점이 있어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민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지어 UCLA, UC 데이비스, 존스 홉킨스와 같은 유명 대학들을 졸업한 유학생들 가운데도 전공을 살린 미국 내 취업이 어렵자 영주권을 받기 위해 닭공장 등에 취업하려고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고, 특히 의대 진학을 위해서는 영주권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 간호조무사 코스를 거쳐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이주공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현실적으로 현지 취업은 어렵고 고용주 입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는 H-1B 또는 영주권을 스폰서해야 되는데 이를 제시하는 글로벌 컴퍼니들이 많지 않다”며 “또한 한국으로 돌아가도 취업이 녹록치 않아 닭공장, 간병인 취업 등에 대한 문의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한 해 H-1B비자 신규발급 쿼타는 8만5,000개로 제한돼 있는데 신청자는 23만여명이나 몰리는 등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