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 인근 대한장의사 내 큰 소나무 아래에는 한인 무연고자들 유해를 안장한 수목장 합동묘소가 있다. 무연고자 상당수가 이민 1세대이다.
한인 고독사 그늘
불시에 찾아온 죽음
가족조차 외면 많아
#. 얼마 전 심장마비로 사망한 A(60대)씨. LA에서 홀로 살던 그의 죽음에 친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A씨는 생전, 가족이 동부에 살고 있다고 했지만 누구도 고인의 가족 연락처를 몰랐다. LA카운티 검시국은 LA경찰국(LAPD)과 FBI까지 동원했지만 가족 수소문에 실패했다. 결국 한국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국에 사는 A씨의 전처와 자식, 형제와 연락이 됐다. A씨 가족은 “돌아가신 사실을 알려줘 고맙다”는 말만 전한 뒤 시신 인수는 거부했다.
#. 노인아파트에 사는 김(70대)씨 할머니와 친구 5명은 최근 대한장의사를 찾았다. 김 할머니는 30년 전 미군과 결혼한 딸의 부모 초청으로 텍사스로 이민 왔다. 이후 딸과 불화를 겪고 답답한 시골이 싫어 LA한인타운으로 거처를 옮긴 지 20여 년.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처지의 친구들뿐이다. 김 할머니와 친구들은 대한장의사 측에 “장례비를 미리 줄 테니, 나 죽으면 꼭 와서 화장 후 수목장을 해 달라”고 간청했다.
▶늘어나는 고독사
한인 이민 1세대의 ‘고독사’가 늘고 있다. 세상을 떠난 이후 무연고자가 돼 유해가 LA카운티 검시국에서 최장 2년 넘게 방치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고독사는 연령과 상관없다. 이민사회 특성상 가족과 수년째 연락을 끊고 사는 이들이 많다. 20대부터 고령자까지 심장마비, 교통사고 등 불시에 목숨을 잃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한국장의사 관계자는 “전화문의 중 약 5%가 고독사한 분들의 장례를 문의하는 지인의 전화”라며 “친구나 지인이 나서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부탁한다. 하지만 법적 문제로 고독사한 분들의 장례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인 무연고자 고독사 사연은 주변을 더 안타깝게 한다. 가족을 수소문해야 장례식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 과정마저 쉽지 않다. 또, 어렵게 연락이 닿은 가족마저 인수를 거부할 때가 많아 결국 무연고자로 취급된다. 친구나 지인이 대신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독사 시신 떠돌아
한인장의업계에 따르면 고독사한 시신은 1차로 LA카운티 검시국에 안치된다. 검시국은 소셜시큐리티번호 정보나 LA총영사관을 통해 가족을 수소문한다. 이후 배우자, 자녀 순으로 보호자가 시신 인수에 서명(수수료 400달러)해야 장례식 등 시신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민 1세대 고독사의 경우, 가족 상당수가 시신 인수를 포기하고 있다. LA총영사관 관계자는 “최근 3건의 고독사 신원조회 요청이 들어와 한국 가족을 찾았지만 두 가족은 시신 인수는 포기했다”며 “다들 고인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는지 알게 됐다며 굉장히 고마워한다. 다만 장례를 위해 미국까지 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인 무연고 고독사 시신은 친구나 지인, 종교단체가 나서서 수습하기도 한다. 이들은 시신처리가 가장 저렴한 '화장과 간이 수목장' 장례비 약 1000달러를 모아 고인의 넋을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