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인근 지역 이현섭 - 김윤덕씨, 부인 쏜 후 집에 불지르고 목숨 끊어
“아내가 날 무시” 페이스북 불만 남겨
숨진 이현섭·김윤덕 교수 부부.
한인 대학교수 부부의 총격 살인·자살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주 록웰의 2층짜리 주택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가정불화를 겪던 40대 한인 대학교수가 역시 대학교수인 아내를 총으로 쏴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부부의 다섯 살 된 외동딸은 졸지에 부모를 모두 잃고 아동 보호기관에 맡겨졌다.
텍사스주 달라스 카운티 경찰에 따르면 7일 오전 5시께 달라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25마일 떨어진 락월 지역 와잇워터 레인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과 경찰이 화재 현장에서 한인 교수인 이현섭(42·영어명 해리 이)씨와 아내 김윤덕(39·영어명 데비 김)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부부의 몸에 모두 총상이 있는 점으로 미뤄 남편 이씨가 아내 김씨를 총격 살해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나서 스스로 총을 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이들 부부의 5세 딸은 차고 안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의해 구조된 딸은 현재 아동보호소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사건 소식을 전해들은 친척들이 딸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서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의 5세 딸이 부모에 의해 차량 내에 남겨졌는지, 아니면 아이가 스스로 위험을 피해 차로 들어갔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남편 이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서로 보이는 메시지를 남긴 것을 찾아내 범행 동기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달라스 모닝 뉴스가 7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남편 이씨는 한글로 된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아내 이씨가 자신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았으며, 시부모에게도 잘 하지 못했다는 등의 불만들 쏟아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달라스 모닝 뉴스는 이씨가 이 게시물에서 “아내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나에게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나의 제안들은 모두 무시됐고, 아내는 자기 맘대로 결정했다”고 썼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아내가 자신을 의처증이 심한 집착 환자로 몰았으며 더 이상 자신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했다며 “나는 웃으며 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썼다고 신문은 전했다.
남편 이씨는 한양대를 졸업한 뒤 조지아텍에서 엔지니어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년 전부터 루이지애나주의 그램블링 주립대학에서 엔지니어링 테크놀로지 조교수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김씨 역시 한양대를 졸업하고 조지아텍에서 박사후 과정을 한 뒤 현재 텍사스 A&M 대학 커머스 캠퍼스에서 건설 엔지니어링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이웃 주민들은 이들 부부는 평소 겉으로는 다툼 없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경찰도 이날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씨 부부 집으로 가정폭력 신고 등이 접수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웃 주민인 애런 브레이는 “부부가 서로를 아꼈으며 딸을 무척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면서 “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고 달라스 모닝뉴스가 전했다.